어떤 제조 과정이든 오차의 발생은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불가피한 상황을 좀 더 ‘잘’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시한 이가 있다. 미국기계학회(ASME) 주최 정보저장 및 처리 시스템(ISPS) 부문 학술대회에서 수상한 이지훈(일반대학원∙융합기계공학 박사과정) 씨를 만나봤다.
기술의 혁신을 위해
6월23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대학에서 미국기계학회(ASME: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주최 정보저장 및 처리 시스템(ISPS: Information Storage& Processing Systems) 부문 학술대회가 열렸다. 해마다 열리는 이 학회는 올해로 24번째. 10여개 국가의 대학원생, 연구진 등이 참석했다. 대회를 주최한 미국기계학회는 기계분야 단체 규격을 미국국가규격(ANSI: American National Standards Institute)으로 채택하는 권위 있는 학회다. 기계공학에 관한 연구, 기술개발, 규격제정 및 기술자간의 교류를 목적으로 1880년부터 활동을 이어왔다.
이지훈 씨는 이 학술대회에 2010년부터 해마다 참석했다. 참석 햇수만 5년 째다. 이 씨의 주 연구 분야는 유체동압베어링(FDB: Fluid dynamic bearing). 유체동압베어링이란 축이 회전 운동을 할 때 마찰 저항을 작게 해 운동이 원활하도록 축을 받쳐 주는 요소인 베어링의 한 종류로, 금속 간에 유체가 존재해 마찰이 없어 소음이 적고 수명이 길다. 따라서 정밀도와 장수명을 요구하는 하드디스크 모터나 저소음을 요구하는 쿨링팬에 쓰이면 유용하다. 이 씨는 이번 학회에 유체동압베어링의 성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기 위해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Monte Carlo Simulation)을 이용했고, 이 시뮬레이션의 해석방법을 개발했다.
이 씨가 이용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복잡한 확률 변수값을 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치적 접근 방법 중 하나다. 특정 변수로 인한 성능을 예측하는 방법 중에는 변수들 간의 관계가 확실해 해석적인 함수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확률모형(stochastic model)의 변수에 대한 해를 찾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여러 수치적 해석방법을 통해 확률변수의 분포를 얻어내야 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설계자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가정해 놓은 확률적 분포를 가지고 무작위 표본추출을 수행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 이 이론은 여러 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며 실험의 디자인에 필요한 조건들을 예측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를테면 기계를 사용해 가로가 30cm인 탁자 100개를 생산 할 때, 이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탁자 100개의 총 가로 길이가 얼마나 될지 그 평균값을 따져보는 등의 원리다.
업계에서는 유체동압베어링을 가공하는 가공법으로 주로 ECM(electrolytic machining)공정을 사용하는데, 이 공정은 가공밀도가 낮기 때문에 가공오차가 많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ECM공정에서 제조 허용 가공오차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FDB의 동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밀한 가공이 가능해 지는 것. 이전의 연구자들 또한 FDB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이들 모두 제조 공차(가공할 때 발생하는 오차)의 영향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씨는 이번 연구에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제안하여 FDB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설계 변수나 제조 허용 오차를 식별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 씨의 연구가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이를 통해 설계자들이 가공오차에 예민한 변수를 알 수 있어 특정한 설계변수들만 가지고 결과를 예측하는 산업에서 새로운 구조의 유체동압베어링을 설계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세계적 학회에서 더 당당하게
이지훈 씨가 수상한 베스트 트랙 페이퍼(Best track paper)는 3페이지짜리 논문과 더불어 각국 연구자들 앞에서 열린 발표 점수를 합산한 결과다. 그의 수상은 이번 학회에서 비미국권대학 학생 중 3번째. 유학파도 아니고 영어발음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쟁쟁한 외국학생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떨지 않고 발표했다. “아무래도 다섯 번째 참석이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떻게 발표를 해야 청중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주어진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잘 전달하기 위해 발표에 신경을 많이 썼죠.”
다른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이 있었는지 물었다. “발표가 끝나면 심사위원 분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갖는데, 이미 발표 때 궁금하실 점들을 미리 생각해서 설명을 해놓은 것도 있었고, 질문에 대해 적절한 단어, 용어를 사용하며 자신감 있게 답변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수상과 더불어 학회에 기여한 대학원생들 중 1~2명을 선발하는 펠로우십(fellowship)에도 선정됐다. 그 동안 1저자 논문 5편과 공동저자 논문3편을 내 총 8편의 논문을 제출했다는 그는 “매번 힘들 때 마다 도움을 주시는 지도교수님과 후배들의 조언과 격려가 있었기에 많은 논문을 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선정된 것 같다” 며 소감을 말했다.
우리대학 연구진의 자부심을 가지고
석사2년, 박사5년으로 무려 7년째 유체동압베어링 연구를 하고 있는 이 씨는 어릴 적부터 뚝심 있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나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우리대학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입학 후에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기계과 소모임 활동을 하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발을 넓혔다. “1,2학년 때는 동아리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느라 사실 학부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있었죠. 복학 후 기계 진동학 수업을 듣는데 재미있고 관심이 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목표의식이 생겼고,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 본인의 관심분야에는 무엇이든 열정적인 그는 좋아하는 분야가 뚜렷해지자 밤낮 가리지 않고 도서관에서 살며 열심히 공부했다고. 이런 그의 성실성을 알아본 기계 진동학 지도교수님의 조언으로 현재 그는 초정밀회전기기 연구실에 몸담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연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연구실은 유체동압베어링 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실로, 여기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국내는 물론 외국 기업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미국의 FDB관련 회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유체동압베어링 공부를 계속 해온 것에 보람을 느끼고,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뿌듯합니다.”
대학원 진학 전 꿈꾸었던 목표가 모두 이뤄졌다는 이 씨.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물었다. “졸업 후에도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계속 하거나, 이 연구를 포함한 다른 연구직 분야로 갈 예정이에요. 이번 수상이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해 더욱 분발하라는 촉진제가 된 것 같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원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목표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전공지식을 더 쌓는 것도 중요해요. 다양한 학회에 참석하고 본인의 연구 가치를 높여 자기 자신의 목표도 이루고 우리나라 전반적인 과학기술 실적을 높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