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에도 자동차의 본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기계공학을 기반으로 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자동차는 가전이나 전자제품과는 완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제품입니다.”
한동희 현대자동차·기아 R&D본부 전동화시험센터장(전무)은 15일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전기차 시대 기계공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 전무는 2005년 현대차 R&D본부(남양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지금까지 엔진 개발 등 기계공학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전자기술·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남양연구소의 주축은 변함없이 기계공학이 차지하고 있다. 1만여 명의 현대차·기아 연구원이 근무하는 남양연구소엔 지난달 기계공학과 출신 양희원 사장이 R&D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한 전무는 “전자장치가 많이 들어가는 요즘 자동차도 차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기본 성능은 기계공학 기술에서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전기·전자 기술이 전체적으로 발전하면서 회사별 전자장치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기본 성능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핸들링, 승차감, NVH(진동·소음·불쾌감) 등을 차의 평판을 좌우하는 기본 성능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산 전기차가 화려한 전자장치를 앞세우며 선진업체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계공학 기술 데이터가 크게 부족하다”며 “현대차·기아는 이 부분에서 충분하게 누적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기계공학의 DNA를 이어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730만여 대의 차량을 팔아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대수 기준 3위를 차지했다.
한 전무는 “10년 전 차와 비교하면 최근 출시되는 차는 연비가 30% 더 높고, 배출가스 양은 10분의 1로 줄었다”며 “엔진은 물론 차량의 구조 설계 등 보이지 않지만 작은 기계공학 기술의 진보들이 모인 덕분”이라고 했다. 전기차 시대에도 기계공학의 중요성은 줄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카뿐 아니라 전기차에도 모터가 들어가는데, 분당 회전수가 2만 회 정도 된다”며 “끊임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터를 최적화해 설계하는 것도 기계공학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계공학 기술의 미세한 차이가 전기차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같은 미래차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전무는 “미래차 중 하나인 SDV 시대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기계공학 측면의 작은 기술 혁신에서 한순간이라도 뒤처지면 곧바로 도태된다”며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잘 적용하는 것도 결국 엔지니어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화성=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